중국 베이징(北京)의 한국인 밀집 지역인 왕징(望京)에선 지난달 고급 아파트 분양에 한국인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중국의 유명 컴퓨터 업체인 레노보(聯想)가 만든 '올리브 아파트(橄欖城)'가 한국인들의 '사냥감'이었다. 지난달 말 500가구를 대상으로 3차 분양을 실시한 이 아파트는 한국인 매수자들 덕분에 한 달도 안 돼 다 팔렸다.
현지의 한 부동산 회사 부장인 장서우(張壽)는 "중국의 아파트 분양은 일반적으로 몇 개월 걸려야 끝이 나는데 이번에는 아주 짧은 시간에 마무리됐다"고 귀띔했다.
한국인들이 이 아파트를 주목한 이유는 2년 전 1차 분양 때 ㎡당 7300위안(약 87만6000원)하던 아파트가 이번 분양 때는 1만3000위안(156만원)으로 뛸 정도로 투자 이익이 컸기 때문이었다.
개인투자자 장모(43.서울 거주)씨는 올 초 동부자산운용의 '동부 차이나 주식1'에 1억원을 투자했다. 장씨는 "13억 인구 대국인 중국 경제가 연 11% 이상 성장한다면 펀드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장씨의 투자 결정은 틀리지 않았다. 6개월 남짓 지난 지금 장씨의 펀드는 31% 이상의 평가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채권)' 사태 직전에는 수익률이 40%를 넘기도 했다. 중국에 주목한 장씨와 달리 비슷한 시점에 일본이나 유럽펀드에 가입한 장씨의 친지들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해 그를 부러워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중국으로 몰려나가면서 지갑 속의 '세종대왕'도 빠른 속도로 중국 쪽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수교 초기엔 유학생 학자금 송금이나 상사원 체재비가 주류였지만 이제는 부동산과 주식 투자를 위한 뭉칫돈이 늘고 있다.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인이 중국에서 선호하는 재테크 대상은 부동산이 주종이다. 특히 한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중국 부동산을 주목하는 한국인 투자자가 늘고 있다. 해외 부동산 투자 제한이 완화된 점도 한몫 거들었다.
중국에서 부동산을 사는 한국인은 중국 사정을 꿰뚫고 있는 현지 상사원이 대부분이다. 한국에서 건너온 은퇴자나 유학생도 적지 않다. 한국 투자 기업에 다니는 K씨(40)는 지난달 베이징 제4순환도로 인근 아파트 181㎡짜리를 분양받았다. 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 '1년 이상 중국 거주 증명서'를 발급받아 집값의 70%를 은행 대출(20년 상환 조건, 변동금리로 6%대 이자)로 마련했다. 본인 돈은 30%만 들었다.
그는 "분양 한 달 만에 가격이 10% 뛰었다"며 "귀국하더라도 재테크 차원에서 투자할 만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형 고급 쇼핑몰 건설 붐이 일면서 한국인들은 상가 투자에도 뛰어들기 시작했다.
베이징의 태산부동산 김윤재 사장은 "왕징 지역에 들어서고 있는 L쇼핑몰의 상가 중 30% 정도를 한국인들이 임대 분양했다"고 전했다.
주중 한국 대사관 김경식 건교관은 "중국 정부가 구입 자격을 까다롭게 하거나 세금을 올리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투자 차익만 노리고 차명으로 집을 살 경우 소유권을 행사하지 못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고속 질주하는 중국 경제성장의 과실을 따먹으려는 한국인들의 펀드 투자도 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중국투자펀드액(16일 기준)은 8조8944억원으로 집계됐다. 2005년 말 중국펀드 설정액은 4548억원에 불과했다. 국가별 투자 규모로 볼 때 가장 많은 액수다.
한국투자증권 자산전략부 박승훈 부장은 "한 주일에 2000억~4000억원이 몰려들 정도로 신흥시장 중에서 유독 중국펀드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1년 수익률은 64.1%에 이른다. 이는 신흥개발 국가 펀드 전체 평균 1년 수익률(24.1%)의 세 배에 가깝다. 최근에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하면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 주식(H주)에 직접 투자할 수도 있다. 불법이지만 홍콩보다 수익률이 높은 중국 내국인 전용주식인 A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사람도 꽤 있다고 한다. A증권사 관계자는 "중국 내 동포를 비롯한 현지인의 이름을 빌려 중국 주식에 투자하면 벌금을 물거나 투자 원금조차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알일보 2007.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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