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台灣/經濟

삼성-LG 싸움이 부른 LCD의 비극

by 시앙라이 2008. 2. 4.

삼성-LG 싸움이 부른 LCD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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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AUO를 키워준 것은 삼성과 LG다."

대만 LCD패널 제조업체 AUO가 지난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를 누르고 세계 1위로 올라서자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쏟아진 탄식이다.

지금까지 줄곧 세계 1~2위를 다퉈온 삼성전자LCD총괄과 LG필립스LCD가 AUO에 역전을 허용한 것도 억울한 일인데 AUO를 키워준 게 바로 삼성과 LG라니, 언뜻 이해가 안 가는 말이다.

사정은 이렇다. LCD패널을 사다 TV와 모니터를 만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AUO에서 구매한 패널은 400만장이 넘는다. 국내에서 LCD패널을 만드는 삼성전자LCD총괄이나 LG필립스LCD를 놔두고 굳이 대만에 주문하는 배경에는 두 회사의 오랜 자존심 싸움이 있다.

삼성전자LCD총괄이 탕정에서 만드는 주력 LCD패널은 32ㆍ40ㆍ46인치로, 37인치 사이즈가 없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37인치 LCD TV 수요량이 크게 늘면서 삼성전자는 37인치 패널을 외부에서 조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LG필립스LCD는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삼성 측에 '러브콜'을 보냈다. LG필립스LCD 파주 7세대 라인에서 37인치를 양산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삼성은 이를 애써 외면하고 대만 AUO에서 패널을 구매하고 있다. LG필립스LCD 측은 "비싼 물류비용을 치르면서까지 굳이 수입해 쓸 필요가 있느냐"면서 삼성을 성토했지만 삼성전자는 "LG필립스LCD 패널을 우리 TV에 쓰려면 송신규격 등을 새로 고쳐야 하고, 물류비를 따져도 AUO패널이 비싸지 않다"며 꿈쩍하지 않고 있다. 사정은 LG진영도 마찬가지다. LG전자가 생산하는 TV와 모니터 제품 중 일부는 LG필립스LCD에서 생산하지 않고 삼성전자LCD총괄이 생산하는 크기지만 삼성 대신 AUO를 비롯한 대만 패널업체에 주문하는 것.

이에 따라 삼성ㆍLG진영의 대만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LCD TV 가운데 30% 가까이는 AUO패널이 들어가고, CMO와 CPT 등 다른 대만업체 패널 비중도 20%에 달한다. LCD TV 가운데 절반은 대만산 패널이 들어간다는 의미다. LG전자도 TV 제품에서 AUO를 비롯한 대만산 패널 비중이 25% 안팎이다.

삼성과 LG 경쟁으로 대만 업체들만 반사이익을 거두자 정부가 나서서 중재를 시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산업자원부는 지난해 양사를 설득해 디스플레이협회를 만들어 삼성ㆍLG 간 LCD 교차구매를 핵심으로 한 상생을 추진해 왔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시행된 것이 없다.

패널 교차구매에 대해 삼성전자LCD총괄과 LG필립스LCD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정작 패널을 사줘야 할 삼성전자DM(디지털미디어)총괄과 LG전자에서 부정적이다. 협회 출범 뒤 거둔 성과라고는 장비업체들 교차공급 길을 열어준 정도다.

산자부 관계자는 "디스플레이협회 설립에 참여한 주체는 삼성전자LCD총괄과 LG필립스LCD 등 LCD 제조업체들이지만 실제로 상대방 LCD를 구매하는 주체는 삼성전자DM총괄과 LG전자 등 세트메이커"라며 "내부에서도 서로 생각이 달라 당초 약속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서 "국내 업체들 간 지나친 경쟁의식으로 외국 업체에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은 국내 전체 산업발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쟁사라도 서로 보완할 수 있으면 보완해 가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것이 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LCD TV 판매 목표로 각각 1800만대와 1400만대를 설정했다. 현재 같은 '고래싸움'이 이어진다면 AUO는 한국에서만 패널 600만장 안팎을 팔 수 있게 된다.

[정혁훈 기자 / 박만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