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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과 북방 (南方與北方)

by 시앙라이 2008. 8. 26.
1, 남방과 북방 (南方與北方)

 천지현황, 오곡과 잡곡, 남자와 여자, 그리고 남방과 북방.

 남방과 북방은 다르다, 그렇게나 다르다.

 남방과 북방은 먹는 것부터가 다르다. 남방 사람들은 쌀을 먹고, 북방 사람들은 밀을 먹는다. 벼의 알갱이는 껍질만 벗겨내면 바로 먹을 수 있어 미(米)라고 부르고, 밀은 갈아서 가루로 만들어야 먹을 수 있기에 면(麵)이라고 부른다. 미(米)란 껍질을 벗겨낸 알갱이를 뜻하므로, 쌀은 도미(稻米), 율무는 의미(薏米), 땅콩은 화생미(花生米)라고 한다. 더 나아가 기타 알갱이 종류도 미(米)라고 통칭하는데, 껍질을 깐 생강을 강미(薑米), 외피를 벗기고 말린 새우 속살을 하미(蝦米), 수수 알갱이는 고량미(高粱米)라고 부르는 것이 그렇다. 한편, 북방 중국어에서는 면(麵)이라 하면 바로 밀가루를 뜻하기에, 기타 가루 종류에도 흔히 면(麵)자를 붙인다. 예를 들자면, 콩가루는 두면(豆麵), 가루약은 약면(藥麵), 후추가루는 호초면(胡椒麵)이라고 한다. 또한 북방 사람들은 밀 음식을 주로 먹으므로, 찐빵이건 만두건 국수건 떡이건 무조건 밀가루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밀가루를 아예 면(麵)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에 반해 남방 사람들은 밀가루를 만들어 먹지 않는다. 만약에 갈아먹는다고 한다면 음료수를 만들어 마시는데, 두장(豆漿) · 미장(米漿) 따위가 그렇다. 그래서 북방 사람들과 달리 밀가루를 그냥 면(麵)이라고 부르지 않고, 반드시 가루 분(粉)자를 붙여서 면분(麵粉)이라고 한다. 이는 북방에서 쌀로 만든 밥을 그냥 반(飯)이라고 부르지 않고, 반드시 미반(米飯)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 역자주 : 쌀밥을 주로 먹는 남방에서는 쌀밥을 굳이 미반(米飯)이라고 부르지 않고 보통은 그냥 반(飯)이라고만 하며, 반대로 밀가루 음식을 주로 먹는 북방에서는 밀가루를 굳이 면분(麵粉)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면(麵)이라고만 한다는 것이다.

 쌀밥을 먹을 때는 반드시 반찬을 곁들여야 하기 때문에 남방 사람들은 온갖 반찬을 만들어내는 데에 정성을 기울여 왔다. 그래서 중국의 지역별 8대 요리를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남방 요리사들의 활약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방 요리사들은 주식인 밀가루 음식 만드는데 주로 신경을 쓸 뿐인데, 사실상 밀가루만으로도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국수 종류만 보더라도 좌우로 잡아 뽑는 랍면(拉麵), 밀반죽을 봉으로 넓게 밀어 펴서 국수를 만드는 간면(擀麵), 눌러 뽑는 압면(壓麵), ? 추면(揪麵), ? 절면(切麵), ? 괘면(掛麵), 반죽 덩어리에서 칼로 면발을 떠내는 도삭면(刀削麵), 수제비와 유사한 발어자(撥魚子) 등등이 있고, 랍면(拉麵)만 해도 랍조자(拉條子)·추편자(揪片子)·포장자(炮仗子) 등으로 또 나뉜다. 그런데 남방 사람들은 이러한 각양각색의 국수류를 구분하지 못하고 그냥 에둘러서 면(麵)이라고 부르고 만다. 그래도 굳이 열거해 보자면 얇고 넓은 관면(寬麵), 가늘은 세면(細麵), 국물을 곁들이는 탕면(湯麵), 볶음 국수인 초면(炒麵), 혼돈(餛飩)과 곁들어 먹는 운탄면(雲呑麵), 춘장에 비벼먹는 작장면(炸醬麵) 정도는 있다. 북방 사람들은 밀가루를 면(麵)이라고 하므로 국수는 반드시 면조(麵條)라고 불러, 면호(麵糊 / 묽은 밀가루 반죽), 면피(麵皮 / 만두피), 면포(麵包 / 빵) 등 기타 밀가루 음식과 구분한다. 이와 달리 남방 사람들은 국수를 면(麵)이라고 부르기에 가루 모양의 음식에는 절대 면(麵)자를 붙이지 않고, 분(粉)자를 사용한다. 예를 들자면 후추가루는 호초분(胡椒粉), 산초가루는 화초분(花椒粉), 고춧가루는 랄초분(辣椒粉)이라고 한다.

 이처럼 사는 방식이 다르면 말하는 방식도 달라지는 것이다.

 말하는 방식이 다르면 노래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북방 사람들은 노래한다라는 것을 창가(唱歌)라고 하고, 남방 사람들은 창곡(唱曲)이라고 한다. 소위 말하는 북가남곡(北歌南曲)이 이것이다. 북방의 노래는 것은 연(燕)나라 · 조(趙)나라의 비장한 곡조인지라, 처량하면서도 높이 울려퍼져, 그 소리가 구름을 멈추게 할 정도이고, 기세는 만리를 덮는다. 남방 사람들의 노래는 오(吳)나라 · 월(越)나라의 가락인지라, 맑고도 투명하며 구슬프고도 깊어, 그 운치가 무궁무진하다. 북방의 가(歌)는 가극(歌劇)이 되었고, 남방의 곡(曲)은 희곡(戲曲)이 되었다. 그래서 송(宋)나라 · 원(元)나라 때의 희극(戲劇)을 북방에서는 잡극(雜劇)이라고 불렀고, 남방에서는 희문(戲文)이라고 불렀다. 이것이 바로 북극남희(北劇南戲)요, 남희북극(南戲北劇)인 것이다.

 흔히들 희극(戲劇), 희극하는데, 사실상 희(戲)와 극(劇)은 모두 유희 및 오락이란 의미로서 통용될 수 있다. 다만 북방 사람들은 극렬(劇烈)의 극(劇)자를, 남방 사람들은 유희(遊戲)의 희(戲)자를 즐겨 쓸 뿐이다. 어떻게 보면 남방 사람들이 북방 사람들보다 고집스러운 것 같다. 왜냐하면 북방에서는 극(劇)자를 좀 더 많이 사용할 뿐이지, 때에 따라서는 희(戲)자도 종종 사용하는 것에 반해 남방에서는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죽어도 희(戲)자만을 고집해 사용하여 왔기 때문이다. 희극에 관련된 단어들을 보자면, 희자(戲子 / 광대) · 戲臺(희대 /  무대) · 희원(戲園 / 극장) · 희반(戲班 / 극단) · 고장희(古裝戲 / 사극) · 시장희(時裝戲 / 현대극) · 목우희(木偶戲 / 인형극) · 문명희(文明戲 / 연극) 등, 남방에서는 일률적으로 희(戲)자만을 써 왔다. 문명희란 바로 표준어의 화극(話劇 / 연극)이다. 또한 남방에서는 전영(電影 / 영화)도 영희(影戲)라고 한다. 1939년 상해(上海)의 신문 지상에서부터 월극(越劇)이란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일반 사람들은 이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소흥희(紹興戲)라고 불렀다. 심지어는 경극(京劇)마저도 애초에는 경희(京戲)라고 했는데, 훗날 표준어의 보급에 따라 북방어가 주류가 되면서 경극으로 바뀐 것이다. 다만 민남(閩南) 지역의 이원희(梨園戲) · 고갑희(高甲戲) · 가자희(歌仔戲) 등, 남방의 여러 지역에서는 아직도 고유의 지방극을 희(戲)라고 부른다. 또한 지방극이란 말도 반드시 지방희(地方戲)라고 하지 절대로 지방극(地方劇)으로 고쳐 부르지 않는다. 북방의 일부 지역도 지방극은 희(戲)라고 한다. 하남성(河南省)의 추자희(墜子戲) · 섬서성(陝西省)의 미호희(郿鄠戲)가 그렇다. 그래서 중국에는 예극(豫劇) · 월극(越劇) · 천극(川劇) · 월극(粵劇) · 한극(漢劇) · 초극(楚劇) · 상극(湘劇) · 감극(贛劇) · 민극(閩劇) · 호극(滬劇)도 있고, 유금희(柳琴戲) · 신하희(辰河戲) · 채차희(採茶戲) · 화고희(花鼓戲) · 피영희(皮影戲) · 골계희(滑稽戲)도 있다. 이렇게 보자니 남북의 희극지쟁(戲劇之爭)은 아무래도 무승부인 듯하다.

 그러나 자세히 비교해 보자면 그래도 남방이 한 축 밀리는 느낌이 든다. 극이라고 하는 것은 대개 규모가 큰데 비해서, 희라고 불리는 것은 규모가 작다. 기껏 유명한 것이래야 황매희(黃梅戲) 정도로, 그 외의 것들은 경서에 이름이 보이지도 않는다. 물론 제일 대단한 것은 역시나 진강(秦腔)이다. 이것은 희도 극도 아닌 강(腔)인데, 제대로 말해보자면 이 진강이란 것이야 말로 한 자락 낄 자격이 있다. 경극(한극(漢劇)과 휘극(徽劇)도 포함해서)의 피황(皮簧 / 중국 전통극의 곡조로 서피(西皮)와 이황(二簧)을 함께 일컫음)과 진강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바로 진강이 상양(襄陽)에서 무창(武昌) · 한구(漢口)로 전해지면서 서피(西皮)로 변한 것이고, 일부 안휘성(安徽省) 동성(桐城)으로 전해서 고발자(高撥子)로 변했던 것은 취강(吹腔)과 결합해 안휘성의 극단내에서 이황(二簧)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서피 · 이황 · 한조(漢調) · 휘조(徽調) 등이 북경으로 들어가 하나로 뒤섞여 경극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보아하니 경극이란 것도 남강북조(南腔北調 / 별도로 상세한 주석이 필요)가 아닌가? 역시나 진강은 희극지쟁(戲劇之爭) 따위에는 휘말릴 필요 없이 홀로 강(腔)이라 불릴 자격이 있다.

 남방과 북방이 다른 점은 아직도 많이 있다. 남방 사람은 침대에서 자고, 북방 사람은 온돌에서 잔다, 바로 남상북항(南牀北炕)이다. 남방에서는 주로 배로 이동을 하고 북방에서는 말로 이동을 했다, 바로 남선북마(南船北馬)다. 남방 사람은 길을 알려줄 때 전후좌우로 설명하고, 북방 사람은 동서남북이라 한다. 전후좌우라고 하는 것은 사람 위주이고, 동서남북이라 하는 것은 물체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이것을 남인북물(南人北物)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런지?

 남북의 차이는 왜 이렇게 클까? 당연히 환경의 다름에 기인하는 것이다. 남방은 습도가 높아 축축하고도 눅눅하다, 그러니 침대에서 자는 것이 통풍에도 좋고 편안하다. 북방은 추우니 온돌에서 자는 것이 따뜻하고 좋은 것이다. 북방은 드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기에 말 달리기가 좋았고, 남방은 강과 하천이 많아 배로 이동하기 편리했던 것이다. 말로 드넓은 평원을 누비니 동서남북 네 방향이 눈에 탁 들어오고, 구불구불한 물길을 배로 가자니 동서남북이라고 해봐야 헷갈려서 전후좌우로 방향을 가리킬 수 밖에는.

 싸움을 할 때도 남북의 차이가 드러난다. 남방 사람들은 주먹질을 주로 하는데 비해, 북방 사람들은 발길질에 능하다, 바로 남권북퇴(南拳北腿)이다. 남방 사람은 키도 작은 데다가 싸우는 곳도 좁은 골목이다, 복닥복닥하는 곳에서는 큰 기술을 펼치기 어려우니 역시 주먹질이 장땡이다. 북방은 탁 트인 평원에서 싸우는데 모두들 장신의 거한이니 발길질 한번으로 상대를 붕 날려버리는 것이 역시 시원하다. 그래서 다들 발 공격이다. 그래서인가? 남녀가 애매한 관계에 얽혔을 때 남방에서는 ‘한 손 걸쳤다(有一手)’라고 하지만, 북방에서는 ‘한 다리 걸쳤다(有一腿)’라고 한다.

 남방과 북방은 다르다, 그래 그렇게나 다르다.

 그래서 방언이라는 것이 생겼다.



易中天 ≪方言與文化 / 西北風東南雨≫ 2002, 上海文化出版社
제1장 南腔北調 제1절 南方與北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