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차이나드림]Ⅱ-1. 눈물 젖는 ‘어린 유학생’[일그러진 차이나드림]Ⅱ-1. 눈물 젖는 ‘어린 유학생’

Posted at 2007.01.22 01:54 | Posted in 中國
[일그러진 차이나드림]Ⅱ-1. 눈물 젖는 ‘어린 유학생’
[경향신문 2007-01-18 21:03]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北京) 왕징(望京)의 한 병원 산부인과 대기실. 10대 한국 유학생 3, 4명이 진찰을 기다리고 있었다. 병원을 찾은 이유를 물었다.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은 우물쭈물하다가 “(낙태) 수술 때문에 찾아왔다”고 대답했다. 이 학생은 중국인 의사와 말이 통하지 않는 듯 통역까지 데리고 왔다.
병원 관계자는 이들 여학생 대부분이 남학생과 혼숙을 하다가 원치 않은 임신을 하자 산부인과를 찾아온 것이라고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시설이 좋은 이 병원은 진찰비와 수술 비용을 합쳐 1000위안(약 12만원)이지만, 일반 산부인과의 경우 200위안(2만4000원)밖에 안될 정도로 저렴해 낙태시술이 행해지고 있다. 수술 후유증이 생길 경우 평생 불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당장 낙태에만 신경을 쓰는 여학생들은 후유증에는 별 관심이 없는 표정이다. 외로움에 지치고 사랑에 굶주린 어린 학생들이 이성교제라는 늪에 빠진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중국의 한인 조기 유학생들의 탈선이 잦아지고 있다. 부모와 떨어져 나홀로 유학을 떠난 어린 학생들이 많은데다, 부모가 이혼을 했거나 이혼을 앞두고 있는 결손 가정의 아이들이 ‘조기 유학’이란 이름으로 중국땅에 버려지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현재 중국의 초·중·고교 한인 유학생은 2만2735명. 학부모들은 중국이 지리적으로 가깝고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에 중국 유학을 선호하고 있다.
베이징의 유학 업계는 전체 한인 조기 유학생들의 20~30%가 결손 가정이라고 추정하면서 이들 대부분은 유학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모가 맡긴 학생이 1~2개월 정도 지나 갑자기 태도가 흐트러지는 보면 예외없이 부모 이혼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게 유학생 담당 교사들의 설명이다. 왕징의 중국 중·고교에서 한국 유학생 관리를 맡고 있는 정모 교사(35)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40대 아버지를 따라온 고 1학년 남학생이 앞으로 유학을 하게 될 학교를 둘러보면서 “중국이 싫다, 한국으로 돌아가자”고 징징거렸다. 아버지는 의아해하는 정교사에게 “아내와 곧 이혼을 하게 된다”며 “더이상 한국에서 챙겨줄 사람도 없으니 좀 맡아달라”고 간절하게 부탁했다. 가정이 깨진 부모가 중국 조기 유학으로 자녀를 떠넘기는 셈이다.
왕징에서 유학생을 상대로 홈스테이를 하고 있는 장순이씨(42·여)는 집에서 돌보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 안쓰럽기만 하다. 이 학생은 결손 가정은 아니지만 공무원인 아버지와 찜질방을 하는 어머니가 돌볼 시간이 없어 중국에 보냈다. 학생 부모가 살고 있는 서울 강남에서는 아이들을 외국 유학 보내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되고 있다는 게 장씨의 설명이다.
방학 때마다 한국에 돌아가 부모를 만날 수 있는 유학생은 그래도 행복한 편이다. 부모가 헤어졌을 경우 마땅하게 돌아갈 곳이 없어 중국에 머무르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베이징 교외 퉁저우(通州)의 한 중·고교에서 한국 유학생을 담당하고 있는 송모 교사(32)는 “학생들을 학교에 맡긴 뒤 단 한번도 학교에 찾아오지 않는 학부형도 있다”며 “한달에 한번 성적표를 한국으로 보내기는 하지만 전혀 반응이 없는 부모님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결손 가정 자녀들은 쉽게 탈선에 빠진다. 그들은 이혼한 부모가 이국땅에 있는 자녀가 안쓰러워 넉넉하게 주는 용돈을 들고 PC방, 노래방, 술집을 전전하고 있다. 부모를 안심시키기 위해 학교 기숙사에 있다고 거짓말을 한 뒤, 왕징이나 대학가인 우다오커우(五道口) 등에서 이성과 혼숙하기도 한다. 부모가 어쩌다가 베이징에 찾아올 때는 기숙사에 있는 친구와 하루 이틀 자리를 바꿔 부모의 눈을 속인다. 요즘과 같이 학기말 시험이 끝날 무렵이면 중국 유학생 사회는 갑자기 어수선해진다. 마음을 잡지 못한 조기 유학생들이 다른 학교로 전학하기 위해 이삿짐 보따리를 싸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한 유학원 관계자는 “초등학생들과 여학생들이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한다”고 전하면서 “어떤 학생은 3년 동안 학교를 6번이나 옮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모가 따라 온 학생도 중국 학교에서 적응을 하지 못해 하루종일 PC방을 전전하다가 인터넷 중독으로 학교측으로부터 퇴학 처분을 경우도 적지 않다. 2년 전 부모를 따라 베이징에 유학온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도 처음에는 중국어에 대한 스트레스로 학교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해 머리가 빠지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은희신 주중 한국대사관 교육관은 “상당수 조기 유학생들은 외로움과 문화적 차이를 이기지 못하고 탈선행위를 하다가 퇴학당하거나 우울증, 자폐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홍인표특파원 ip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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